성당 앞에 서서 이 건물이 로마네스크인지 고딕인지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두 양식은 시기가 이어지고, 한 건물 안에 섞여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몇 가지 구조 요소만 차분히 살피면 대부분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치, 볼트, 창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두 양식을 비교하고, 아일랜드의 성당과 교회를 걸으며 확인해 온 요령을 함께 적어 두겠습니다.
로마네스크는 반원 아치와 두꺼운 벽이 하중을 받치는 구조라 창이 작고 실내가 어둡습니다. 고딕은 뾰족한 아치와 리브 볼트로 하중을 기둥과 버팀벽에 모으기 때문에 벽을 얇게 하고 창을 크게 낼 수 있습니다. 구분할 때는 아치 꼭대기의 모양, 천장의 골조, 창의 크기와 장식 순서로 보시면 됩니다.
아치: 반원인가, 뾰족한가
가장 먼저 보실 곳은 문과 창 위의 아치입니다. 로마네스크 아치는 고대 로마에서 물려받은 반원형입니다. 반원 아치는 폭이 정해지면 높이도 그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높이를 마음대로 키우기 어렵습니다. 고딕의 뾰족한 아치는 두 개의 호가 꼭대기에서 만나는 형태여서 같은 폭이라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하중이 아래쪽으로 더 곧게 전달됩니다. 아일랜드 캐셜 바위 언덕의 코맥 예배당은 12세기 로마네스크 건축의 대표적인 예로, 출입문 주변에 겹겹이 물러나는 반원 아치를 볼 수 있습니다.
볼트: 천장을 받치는 방식
천장을 올려다보면 두 양식의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로마네스크 성당은 터널처럼 이어지는 배럴 볼트나, 두 배럴 볼트가 교차하는 교차 볼트를 주로 썼습니다. 이런 천장은 무게가 벽 전체에 고르게 실리므로 벽이 두꺼워야 했습니다. 고딕의 리브 볼트는 돌로 만든 갈비뼈 모양의 골조가 천장의 무게를 모아 기둥으로 내려보냅니다. 하중이 몇 개의 점으로 모이니 그 지점만 버팀벽으로 보강하면 되고, 나머지 벽은 얇게 비워 둘 수 있습니다. 프랑스 대성당에서 보이는 공중 버팀벽은 이 원리를 극단까지 밀고 나간 결과입니다.
| 구분 | 로마네스크 | 고딕 |
|---|---|---|
| 아치 | 반원 아치 | 뾰족한 아치 |
| 천장 | 배럴 볼트, 교차 볼트 | 리브 볼트 |
| 벽 | 두껍고 육중함 | 얇고 버팀벽으로 보강 |
| 창 | 작고 깊게 파인 창 | 크고 높은 창, 트레이서리 |
| 실내 | 어둡고 수평적인 인상 | 밝고 수직적인 인상 |
창: 빛을 들이는 크기와 장식
벽이 얇아지자 고딕 건축가들은 창을 키웠습니다. 초기에는 좁고 긴 랜싯 창을 둘이나 셋씩 나란히 세웠고, 시간이 지나며 창 윗부분을 돌로 된 무늬 틀, 곧 트레이서리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고딕 성당은 대륙의 대성당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거대한 장미창보다는 동쪽 끝에 랜싯 창을 무리 지어 둔 모습을 자주 만납니다. 반면 로마네스크 창은 두꺼운 벽 속에 깊이 파여 있어 바깥에서 보면 작은 구멍처럼 보입니다.
- 문과 창 위 아치의 꼭대기가 둥근지 뾰족한지 먼저 봅니다.
- 천장에 돌 골조가 교차하며 내려오는지 확인합니다.
- 벽 두께와 창의 깊이를 출입문 옆에서 가늠해 봅니다.
- 한 건물 안에서 양식이 바뀌는 지점이 있는지 살핍니다.
섞여 있는 건물을 읽는 법
중세 성당은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지어지고 고쳐졌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로마네스크인데 성가대석은 고딕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양식이 바뀌는 경계를 찾아보시면 공사의 순서가 보입니다. 기둥머리 조각도 좋은 단서입니다. 로마네스크 기둥머리는 기하학 무늬나 상상의 동물이 많고, 고딕으로 갈수록 자연스러운 잎사귀 장식이 늘어납니다. 기둥머리에 대해서는 이전 글 「기둥머리 조각으로 시대 읽기」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뾰족한 아치만 있으면 고딕이라고 할 수 있나요?
뾰족한 아치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그것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리브 볼트, 벽과 창의 비례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아일랜드에도 로마네스크 건축이 있나요?
네. 12세기를 중심으로 아일랜드식 로마네스크가 발달했고, 캐셜의 코맥 예배당이나 클론퍼트 성당의 장식 출입문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 양식의 차이는 결국 무게를 어떻게 땅으로 내려보내느냐는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다음에 성당을 찾으시면 아치와 천장, 창을 순서대로 한 번씩 올려다보시기 바랍니다. 돌이 무게를 나누어 지는 방식이 눈에 들어오면, 건물이 지어진 시간도 함께 읽히기 시작합니다.
